영어의 모음 알파벳은 5개입니다. 가끔 y를 끼워주면 6개라고도 하죠. 지금 당장 cat, father, saw, day, care, about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각 단어의 첫 모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a라는 알파벳 하나가 입안에서 무려 6가지의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철자는 아주 대략적인 암호에 불과해요. 그 안에 숨겨진 실제 소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고, 우리가 쓸 수 있는 알파벳 개수보다 소리의 개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표준 미국 영어(General American)를 구사할 때, 우리 입은 약 20개의 서로 다른 모음 소리를 냅니다. 정확한 개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세는 방식에 따라 의견이 분분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철자만 봐서는 도대체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거의 알 수 없다는 겁니다. Through, though, thought, tough, thorough를 보세요. 똑같은 알파벳들을 조합했지만 5가지의 다른 모음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준, 바로 ‘여러분의 입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바탕으로 영어의 모든 모음을 정리해 드릴게요.
영어는 5개의 알파벳으로 모음을 표기하지만, 미국 영어에서 실제로 발음되는 모음 소리는 20개 정도입니다. 이 모음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see, cat, moon처럼 입 모양이 고정된 단순 모음, day나 go처럼 소리를 내는 동안 입이 움직이는 이중모음, 그리고 car나 bird처럼 미국식 R 발음이 녹아든 R음이 섞인 모음입니다. 개수가 정확히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이 차트에서는 22개를 소개하지만, 많은 미국인이 cot과 caught의 모음을 똑같이 발음하고, 쉬와 /ə/와 fun의 모음을 하나의 소리로 치기도 하거든요. 이 차트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이것 하나입니다. 철자에 의존하지 마세요. 각각의 모음을 그 소리 자체와 그것을 만들 때의 입 모양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5개의 알파벳, 훨씬 더 많은 소리
모음은 음절의 중심을 이루는 열린 소리입니다. 모음을 발음할 때는 공기가 기도를 통과하면서 어디서도 막히거나 좁아지지 않고 입 밖으로 그대로 흘러나옵니다. 혀와 입술이 입안의 빈 공간을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음이 탄생하죠. 자음은 그 반대예요. 기도를 닫거나 좁혀서 만듭니다(입술이 맞닿는 /b/나 혀로 공기를 막는 /t/처럼요). 모든 음절은 모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모음이 강세와 소리 크기의 대부분을 책임집니다. 음절에서 모음은 가장 노래하듯 울려 퍼지는 부분이에요.
입안의 공간은 아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언어가 구분할 수 있는 모음의 개수는 상당히 많고 그 경계도 촘촘합니다. 스페인어와 일본어는 5개의 모음으로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논리와는 전혀 무관한 역사적 이유로 인해 그보다 대략 4배나 많은 모음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라틴어에서 물려받은 5개의 알파벳만으로 그 소리들을 전부 표기하고 있죠. 이 어긋남이 바로 혼란의 핵심입니다. 철자가 가리키는 대로 영어를 읽으려 들면 십중팔구 틀린 소리가 납니다. 애초에 철자는 소리를 안내하는 정확한 지도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차트는 철자가 아닌 ‘소리’를 기준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모음에는 앵커 단어(anchor word, 해당 모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 단어)와 음성학자들이 쓰는 IPA(국제음성기호)가 짝지어져 있습니다. 앵커 단어를 완벽히 익혀두면, 철자가 어떻게 생겼든 상관없이 언제나 정확한 소리를 끄집어낼 수 있는 든든한 기준점이 생길 거예요.
모음을 설명하는 방식
모든 모음은 여러분의 입이 하는 세 가지 동작으로 정의됩니다. 이 느낌을 몸으로 익히면, 무작정 외우지 않고도 어떤 모음이든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턱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입니다. 음성학자들은 이를 높이(height) 라고 부릅니다. see를 발음한 다음 saw를 발음해 보세요. see를 할 때는 턱이 거의 닫혀 있어서 소리가 입안 위쪽(고모음)에서 납니다. 반면 saw를 할 때는 턱이 아래로 툭 떨어지며 소리가 낮게(저모음) 깔리죠. 두 번째는 혀의 어느 부분이 뭉쳐 있는가, 즉 전후 위치(frontness) 입니다. see와 moon을 연이어 발음해 보세요. 턱이 닫혀 있는 건 똑같지만, see는 혀가 앞쪽으로 쏠려 있고 moon은 뒤로 당겨집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중설 모음이 존재하고요. 세 번째는 입술 모양입니다. moon은 입술이 작은 원 모양으로 둥글게 모이고, see는 옆으로 평평하게 퍼지죠. 영어에서 입술을 둥글게 마는 모음(원순 모음)은 거의 다 혀가 뒤로 당겨지는 후설 모음이라, 이 두 가지는 보통 세트로 움직입니다.
이 축들(높낮이, 전후 위치)을 기준으로 모음의 위치를 그리면 찌그러진 사각형 모양의 모음 사각도(vowel quadrilateral)가 나옵니다. 왼쪽 위 모서리에는 see, 오른쪽 위 모서리에는 moon, 왼쪽 아래에는 cat,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는 입이 활짝 열리는 father 모음이 자리하죠.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음들이 연속적인 공간 안에 살고 있고, 아래에서 설명할 각각의 모음들은 영어가 그 공간 안에서 ‘이건 서로 다른 소리야’라고 점을 찍어둔 위치라는 점만 직관적으로 기억해 두세요.
미국 영어에서는 이 외에 두 가지 차이가 더 중요합니다. 하나는 긴장도(tenseness) 입니다. 어떤 모음들은 입안 공간의 맨 바깥쪽 모서리 부근에서 힘을 주어 발음하고 길이를 조금 더 끕니다(*sheep의 모음처럼요). 이런 모음을 긴장음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조금 더 안쪽에서 힘을 빼고 짧게 내는 짝꿍 모음들이 있습니다(ship*의 모음처럼요). 이를 이완음이라고 합니다. 이 긴장음-이완음 쌍이야말로 한국인 학습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발음할 때 가장 애를 먹는 주범입니다. 한국어처럼 하나의 ‘이’ 모음만 가진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영어에 두 개의 다른 ‘이’ 소리가 있다는 게 익숙하지 않거든요.
다른 하나는 모음이 미끄러지는가(glides) 입니다. 단순 모음(단모음)은 하나의 입 모양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반면 이중모음은 소리를 내는 도중에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혀와 턱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이동합니다. day나 go를 발음할 때 입술이나 턱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소개할 모음 가족을 가르는 기준이기도 해요. 단순 모음은 가만히 멈춰 있고, 이중모음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긴장도의 차이는 단순 모음들 내부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단층선 역할을 합니다.
단순 모음 (단모음)
혀와 입술이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모음으로, 음성학에서는 단모음(monophthongs)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영어에는 9개의 단모음이 있습니다. 각 앵커 단어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입 모양을 그대로 멈춰보세요. 아래 모음들은 발음하는 도중에 입 모양이 절대 움직여선 안 됩니다.
| 소리 | IPA | 앵커 단어 | 발음 표기 | 혀와 턱의 위치 |
|---|---|---|---|---|
| SEE 모음 | /i/ | see, beat, sea | ee | 고모음, 전설 모음, 긴장음, 입술 퍼짐 |
| SIT 모음 | /ɪ/ | sit, ship, bit | ih | 고모음, 전설 모음, 이완음 (긴장이 풀린 see) |
| BED 모음 | /ɛ/ | bed, met, bet | eh | 중모음, 전설 모음 |
| CAT 모음 | /æ/ | cat, bat, sad | a | 저모음, 전설 모음 (미국 영어 특유의 그 모음) |
| FATHER 모음 | /ɑ/ | father, hot, cot | ah | 저모음, 후설 모음, 턱을 활짝 엶 |
| SAW 모음 | /ɔ/ | saw, caught, sought | aw | 중저모음, 후설 모음, 입술을 약간 둥글게 엶 |
| BOOK 모음 | /ʊ/ | book, full, look | uu | 고모음, 후설 모음, 이완음, 입술을 가볍게 둥글게 엶 |
| MOON 모음 | /u/ | moon, fool, who | oo | 고모음, 후설 모음, 긴장음, 입술 둥글게 엶 |
| FUN 모음 | /ʌ/ | fun, luck, cut | uh | 중모음, 중설 모음 (강세가 없을 때 나타나는 쌍둥이가 바로 쉬와) |
이 표에는 한국인 학습자를 가장 헷갈리게 하는 세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두 쌍의 ‘긴장-이완음’과, 한국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모음 하나입니다.
첫 번째 함정은 /i/와 /ɪ/의 대립입니다. sheep과 ship, beat와 bit의 차이죠. see 모음은 긴장음으로, 혀가 앞쪽 높이 위치하며 소리를 약간 더 길게 끌어줍니다. 반면 sit 모음은 긴장을 푼 소리로, 혀가 조금 더 낮고 부드러우며 짧게 끊깁니다. 한국어는 ‘이’ 소리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ship이 자꾸 sheep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 함정은 /u/와 /ʊ/의 대립입니다. fool과 full, pool과 pull의 차이죠. 입안 뒤쪽에서 일어나는 똑같은 긴장-이완음 관계입니다.
세 번째는 바로 cat 모음 /æ/입니다. 한국어의 ‘애’보다 턱이 훨씬 아래로 떨어지고, 소리가 앞쪽으로 강하게 쏠립니다. 이 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cat이 턱을 너무 연 cot(father 모음)이나 턱을 덜 연 ket(bed 모음)처럼 들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cat이 자꾸 ‘카트’나 ‘케트’처럼 뭉뚱그려진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이 소리야말로 한국인 학습자가 가장 우선순위로 훈련해야 할 모음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영어의 모음 개수가 정확히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바로 father 모음 /ɑ/와 saw 모음 /ɔ/의 병합 현상입니다. 서부와 내륙 지방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인들은 cot과 caught을 완전히 똑같이 발음합니다. father와 saw가 입안 뒤쪽의 하나의 모음으로 합쳐진 거죠. 반면 북동부나 남부의 화자들은 여전히 두 소리를 구분합니다. 둘 다 표준 미국 영어로 인정받습니다. 만약 어떤 미국인이 cot과 caught을 똑같이 발음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여러분도 안심하고 두 단어에 똑같은 모음을 써도 무방합니다.
이중모음 — 움직이는 소리
이중모음은 가만히 멈춰 있지 않는 모음입니다. 하나의 음절 안에서 한 위치에서 시작해 다른 위치로 미끄러지기(glide) 때문에, 소리를 내는 내내 입 모양이 변합니다. day를 천천히 발음해 보세요. 턱이 약간 닫히면서 혀가 see 위치를 향해 위로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 움직임이 이중모음의 핵심입니다. 시작하는 입 모양이 아무리 완벽해도 끝까지 미끄러지지 않고 평평하게 발음해버리면 원어민에게는 굉장히 어색하게 들립니다.
| 소리 | IPA | 앵커 단어 | 발음 표기 | 미끄러지는 궤적 |
|---|---|---|---|---|
| DAY 이중모음 | /eɪ/ | day, way | ay | bed 바로 위에서 시작해 ee 방향으로 미끄러짐 |
| MY 이중모음 | /aɪ/ | my, why | ahy | 낮게 시작해 ee 방향으로 미끄러짐 |
| BOY 이중모음 | /ɔɪ/ | boy, toy | oy | 입술을 둥글게 만 뒤쪽에서 시작해 ee 방향으로 미끄러짐 |
| NOW 이중모음 | /aʊ/ | now, how | ow | 낮게 시작해 oo 방향으로 미끄러짐 |
| GO 이중모음 | /oʊ/ | go, row | oh | 중간 뒤쪽에서 시작해 oo 방향으로 미끄러짐 |
주목할 점은 5개 모두 입안의 가장 높은 두 모서리인 ee나 oo 방향으로 향한다는 사실입니다. 열린 위치에서 출발해 닫힌 위치로 옮겨 가는 것, 그게 바로 이중모음입니다. 학습자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이 미끄러지는 궤적을 잘라먹고 평평한 단모음으로 끝내버리는 겁니다. 한국어의 ‘에이’나 ‘오우’처럼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데(day)’, ‘고(go)‘라고 딱 잘라 발음하면 소리의 질감이 밋밋해집니다. 이를 고치려면 처음에는 턱과 입술의 움직임을 일부러 과장해서 연습해 보세요. 익숙해지면 움직임의 폭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여기에 예외적으로 하나 더 추가할 이중모음이 있습니다. cute, few, use에 쓰이는 소리(CUTE 소리, /ju/)입니다. SayWaader를 포함한 많은 교재에서 이를 이중모음으로 다룹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음인 y-글라이드 /j/ 뒤에 moon 모음이 따라오는 형태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이중모음들과 함께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R음이 섞인 모음 (R-colored vowels)
이 지점에서 미국 영어는 다른 영어권 발음들과 확연히 길을 달리합니다. 표준 미국 영어처럼 R 발음을 굴리는(rhotic) 억양에서는, 모음과 R이 같은 음절에 있을 때 R이 얌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R이 모음과 완전히 융합되어, 모음을 발음하는 중간에 이미 혀가 미국식 R 위치로 말려 들어갑니다. 그 결과, 모음 자체가 자기 안에 R 소리를 품게 되는 독특한 소리들이 탄생합니다. 영국식 발음(Received Pronunciation)에서는 이 R을 아예 떨어뜨려 버리지만, 모음 안에 꽉 찬 R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 억양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 소리 | IPA | 앵커 단어 | 발음 표기 | 참고 사항 |
|---|---|---|---|---|
| CAR R 모음 | /ɑr/ | car, star, heart | ar | father 모음에 R이 더해진 소리 |
| MORE R 모음 | /ɔr/ | more, four, door | or | saw 모음에 R이 더해진 소리 |
| BIRD R 모음 | /ɜr/ | bird, word, first | ur | 강세가 있음. 순수하게 모음 역할을 하는 R |
| MOTHER R 모음 | /ər/ | mother, better | er | 강세가 없음. R음이 섞인 쉬와 |
| HAIR R 모음 | /ɛr/ | hair, care, fair | air | bed 위치 근처에서 R이 더해짐 |
| NEAR R 모음 | /ɪr/ | near, here, beer | eer | sit 위치 근처에서 R이 더해짐 |
| TOUR R 모음 | /ʊr/ | tour, cure, jury | uur | book 위치 근처에서 R이 더해짐. 가장 드물며, poor나 sure는 대부분 MORE 모음으로 흡수됨 |
가장 많이 쓰이면서도 중요한 두 가지는 bird 모음과 mother 모음입니다. 사실 이 둘은 강세의 유무만 다를 뿐 똑같이 R이 섞인 소리입니다. (음성학자들은 강세가 있는 bird 모음을 /ɝ/로, 강세가 없는 mother 모음을 /ɚ/라는 하나의 기호로 압축해 표기하기도 합니다.) bird, word, first는 강세가 살아있고, mother, better, water, *teacher*의 끊임없는 -er 어미들은 강세가 죽은 채 쉬와(schwa) 위에 R이 얹힌 형태입니다.
둘 다 순수하게 미국식 R이 모음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국인 학습자들이 부딪히는 진짜 문제는 혀의 위치입니다. 한국어의 ‘어’나 ‘아’를 내면서 혀끝만 대충 마는 게 아니라, 자음 R을 낼 때와 똑같이 혀뿌리를 당기거나 혀끝을 뒤집는 견고한 모양이 필요합니다. 혀의 위치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미국식 R 발음 글에서, 그리고 강세 없는 -er 어미에 대한 원리는 쉬와(Schwa) 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소리를 삼켜버리는 모음, 쉬와
여태까지 나온 모든 모음을 다 합친 것보다 빈도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모음이 딱 하나 남았습니다. 바로 짧고 힘이 빠진 “어” 소리, 쉬와(schwa, /ə/)입니다. about의 첫 음절이나 *sofa*의 마지막 음절에서 나는 소리죠. 음절이 강세를 잃으면 모음이 흘러내려 가는 종착지이자, 다른 모든 모음이 무너져 내린 결과물입니다. Photograph는 마지막 음절에 강세가 남아 있어 온전한 cat 모음을 유지합니다(FOH-tuh-graf). 하지만 photography가 되면 똑같은 철자인데도 강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그 음절이 약해지고 모음은 쉬와로 녹아버립니다(fuh-TAH-gruh-fee). 철자가 바뀌어서 모음이 변한 게 아닙니다. 강세가 이동했기 때문에 변한 거죠.
위에서 본 긴 모음 차트가 어딘지 실제 회화에서 듣는 영어와 다르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갈 때, 오직 강세가 있는 음절들만 차트에 있는 원래 모음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합니다. 강세가 없는 나머지 음절들은 죄다 쉬와로 쪼그라듭니다. 한국어는 모든 음절을 또박또박 같은 길이로 발음하는 ‘음절박자(syllable-timed)’ 언어지만, 영어는 강세가 있는 곳만 징검다리처럼 밟고 지나가는 ‘강세박자(stress-timed)’ 언어입니다. 문장 사이사이에 수많은 “어” 소리(쉬와)들이 빈틈을 메우는 구조죠. 쉬와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쉬와 전용 글에서 다룹니다. 이 차트의 맥락에서는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눈으로 읽고 있는 그 선명한 모음은 음절에 강세가 있을 때만 살아남고, 실제 대화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음절은 강세가 없습니다.
철자를 믿을 수 없는 이유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는 모음 차트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영어는 이렇게 복잡한 차트까지 필요한 걸까요? 영어의 철자 표기법이 수세기 전에 실제 발음을 쫓아가는 것을 포기해 버렸고, 그 후로 영영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음 두 가지 패턴이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하나의 철자, 너무나 많은 소리. 알파벳 a를 볼까요? cat에서는 cat 모음, spa에서는 father 모음, all에서는 saw 모음, table에서는 day 이중모음, care에서는 hair 모음, 그리고 about에서는 쉬와가 됩니다. ou라는 조합도 soup, out, though, touch, could에서 각각 전혀 다른 다섯 가지 모음으로 발음됩니다. 철자만 보고 모음 소리를 확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소리, 너무나 많은 철자. 반대로 뒤집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see 모음 /i/는 see, sea, field, machine, key, people처럼 6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표기됩니다. day 이중모음 역시 day, rain, eight, they, break로 나타나죠. 소리는 매번 똑같은데, 5~6가지의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타납니다.
그러니 새로운 영어 단어를 만났을 때, 철자를 보고 소리를 유추하려 들지 마세요. 사전의 IPA를 확인하거나, 앱의 발음 표기를 보거나, 원어민의 발음을 직접 듣고 그 소리 자체를 단어에 직접 연결해야 합니다. 위의 차트는 여러분이 목표로 삼아야 할 한정된 소리 과녁을 제시해 줍니다. 철자는 그 과녁 겉면에 붙어 있는, 믿을 수 없는 라벨일 뿐입니다.
연습해 보기
각 문장을 두 번씩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이 문장들은 긴장음-이완음의 대립, cat 모음, 이중모음의 미끄러짐, 그리고 R음이 섞인 모음 등 가장 핵심적인 대조군들을 꽉꽉 채워 넣은 연습용 문장들입니다. 주의해야 할 모음들은 발음 표기(respelling)에 대문자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Did you see the ship leave? Did you SEE the SHIHP leave?
- The pool is full by noon. The POOL is FUUL by NOON.
- I can't catch the last cab. I KANT KACH the LAST KAB.
- She bought a small ball. She BAWT a SMAWL BAWL.
- Look at the full moon tonight. LUUK at the FUUL MOON tonight.
- My boy found a toy downtown. MAHY BOY found a TOY downtown.
- The bird heard the word first. The BURD HURD the WURD FURST.
- Her father parked the car. Her FAH-ther parked the KAR.
- Go slow on the open road. GOH SLOH on the open ROHD.
- Take the same way home today. TAYK the SAYM WAY home toDAY.
발음이 버겁게 느껴지는 문장이 있다면, 각각의 모음 형태가 완벽히 잡힐 때까지 속도를 늦췄다가 다시 정상 속도로 올려보세요. 우리의 목표는 필요할 때마다 이 미세한 차이를 의식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 중요한 순간에 ship을 sheep으로 발음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모국어에 따른 발음의 차이
여러분이 영어 모음을 배울 때 부딪히는 난관은 대부분 모국어의 모음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5개의 모음만 쓰는 언어 화자는 영어가 가진 약 20개의 소리를 5개의 바구니에 욱여넣어야 하므로 여러 영어 모음을 뭉뚱그려 발음하게 됩니다. 반면 모음 체계가 풍부한 언어 화자들은 그런 충돌은 적지만, 각 언어 특유의 빈틈을 가지고 있죠.
| 모국어 | 모음 체계와 영어의 비교 | 집중 연습 포인트 |
|---|---|---|
| 스페인어 | ✗ 모음 5개 a e i o u가 모두 순수하고 평평함. 긴장-이완음의 구분이 없고, 중간 모음 e와 o가 영어처럼 이중모음(day, go)으로 미끄러지지 않음. | 영어와 가장 크게 충돌하는 출발점입니다. 먼저 긴장-이완음 쌍(sheep/ship, fool/full)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고, 그다음 cat 모음, 마지막으로 이중모음이 평평해지지 않고 끝까지 미끄러지도록 훈련하세요. |
| 이탈리아어 | ✗ 모음 7개 bed와 day, saw와 go의 열림 정도는 대조할 수 있지만, 음질상의 긴장-이완음 구분이 없고 cat 모음도 없음. | 스페인어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과녁인 cat 모음과 sit, book 같은 이완음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중모음의 미끄러짐도 신경 써야 합니다. |
| 일본어 | ✗ 모음 5개 a i u e o에 영어의 긴장-이완음과는 완전히 다른 장단음(길이) 대립이 있음. | 이완음(sit, book)과 cat 모음이 비어 있습니다. 영어의 긴장-이완음을 단순히 ‘길이’의 차이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영어의 구분은 길이가 아니라 혀의 위치(음질) 차이에서 옵니다. |
| 중국어 (만다린) | ~ 중간 규모, 구조가 많이 다름 소수의 모음 음소가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함. 얼화(儿化, erhua) 덕분에 R음이 섞인 끝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함. | 전설 모음들이 뭉치는 현상(see/sit, bed/cat)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얼화 덕분에 R음이 섞인 모음은 꽤 수월하게 넘어가지만, 중국어의 R과 미국식 R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
| 한국어 | ~ 7~8개의 모음 꽤 풍부한 체계를 가졌으나, 전설 모음 구간인 see/sit과 bed/cat이 각각 하나의 소리로 합쳐지는 경향이 강함. | 앞쪽에서 겹치는 두 쌍(see vs sit, bed vs cat)을 분리하는 데 집중하세요. 특히 cat 모음에서 턱을 충분히 내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중모음은 대체로 무난합니다. |
| 힌디어 | ~ 풍부한, 음질 기반 쌍 10~11개의 모음을 가지며, 단/장모음 쌍이 영어의 긴장-이완음과 음질적으로 비슷함. 단, cat이 bed나 father 위치에 떨어지거나 saw/go 쌍이 흐릿해짐. | cat 모음과 saw vs go 대조가 주요 타깃입니다. 모국어에 이미 음질 기반 모음 쌍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어의 긴장-이완음을 듣고 구분하는 데 유리합니다. |
| 아랍어 | ✗ 3가지 음질 a i u가 각각 장/단음으로 존재하여, 영어의 복잡한 전설 모음 구간(see/sit/bed/cat) 전체가 1~2개의 바구니로 쏟아져 들어감. | 전설 모음들을 하나씩 의식적으로 뜯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sit, bed, cat이 다 똑같이 들릴 텐데, 혀의 높이를 조절하며 의도적으로 떼어놓아야 합니다. |
| 프랑스어 | ~ 풍부하지만 단모음 중심 영어에 없는 전설 원순 모음을 포함해 모음은 많지만, 프랑스어 모음은 순수해서 미끄러지는 이중모음이 없음. | 모음 개수가 많아 단순 모음은 잘 해냅니다. 문제는 이중모음의 미끄러짐입니다. Day와 go는 평평하게 유지해선 안 되고 반드시 움직여야 합니다. sit, book 같은 이완음도 조심하세요. |
| 독일어 | ✓ 풍부함, 긴장-이완음 존재 긴장-이완음 쌍(bieten/bitten)을 보유하고 영어 이중모음도 상당수 공유하여 주요 언어권 중 가장 출발선이 유리함. | 주로 미세 조정의 영역입니다. cat 모음이 비어 있으니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독일어에서 음절 끝의 -er(Vater)는 모음처럼 처리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확실하게 말린 미국식 R 발음을 내주어야 합니다. |
| 포르투갈어 (브라질) | ~ 7개의 구강 모음과 비음 열림/닫힘의 중간 모음 대립은 도움 되지만, 영어식 긴장-이완음 구분이 없고 단어 끝 모음의 위치가 위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음. | 이완음(sit, book)과 cat 모음을 익히는 게 목표입니다. 단어 끝에 오는 모음이 자꾸 ee나 oo 쪽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눌러주어야 합니다. |
| 러시아어 | ~ 5~6개의 모음 강세 없는 모음의 약화가 매우 심함. see/sit과 cat의 대립이 모국어에 존재하지 않음. | see와 sit을 떼어놓고 cat 모음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재밌는 건, 러시아어 특유의 모음 약화 습관이 영어의 쉬와 발음을 익히는 데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
표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언어권 사람들이 입안 앞쪽(전설 모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see와 sit의 구분, bed와 cat의 구분, 그리고 턱을 크게 열어야 하는 cat 모음 자체가 수많은 언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시간을 투자하면 가장 빠르게 발음이 좋아집니다. 여러분의 귀가 고장 나서 안 들리는 게 아니에요. 그저 영어가 여러분의 모국어와 다른 곳에 선을 그었을 뿐이고, 훈련을 통해 그 선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략 20개 정도입니다. 하지만 세는 기준에 따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습니다. 단순 모음과 이중모음만 세고 R음이 섞인 모음을 ‘모음+자음 R’의 결합으로 치면 보통 15개로 봅니다. SayWaader의 소리 라이브러리는 단순 모음 9개, 이중모음 6개, R음이 섞인 모음 7개 등 총 22개의 소리로 분류합니다. 구체적으로 숫자가 달라지는 이유는 두 가지 현상 때문입니다. 많은 미국인이 cot과 caught의 모음을 합쳐서 하나로 발음하고(cot-caught merger), 강세 없는 쉬와 /ə/와 강세 있는 fun의 모음을 그저 ‘강세에 따라 달라지는 하나의 소리’로 묶어서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모음은 소리를 내는 내내 혀와 입술이 한 위치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는 모음입니다. see나 cat의 모음이 여기에 속하죠. 이중모음은 하나의 음절 안에서 혀와 입술이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며(glide) 이동하는 모음입니다. day(입을 벌렸다가 ee 쪽으로 올라감)나 now(입을 벌렸다가 oo 쪽으로 뒤로 감)가 그 예입니다. 미국 영어에는 9개의 단모음과 5개의 핵심 이중모음이 있습니다(cute 소리 /ju/까지 포함하면 6개). 학습자들이 이중모음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끝까지 미끄러지지 않고 중간에 잘라먹어 소리가 평평해지는 겁니다.
cot-caught 병합(merger)이라는 소리 변화 현상 때문입니다. 입안 뒤쪽에서 나는 father 모음 /ɑ/와 saw 모음 /ɔ/가 하나의 소리로 합쳐지는 현상이죠. 이는 미국 서부와 내륙 지방 전역에 넓게 퍼져 있어서, 이 지역 사람들은 cot과 caught, don과 dawn을 완전히 똑같이 발음합니다. 반면 북동부나 남부 일부 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두 소리를 다르게 발음합니다. 둘 다 완벽한 표준 미국 영어입니다. 상대방이 두 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쓴다면, 여러분도 안심하고 하나의 모음만 써서 발음해도 괜찮습니다.
대부분의 학습자에게 가장 험난한 산은 cat, bad, map에 들어가는 cat 모음 /æ/입니다. 수많은 언어들이 이 자리에 해당하는 모음을 갖고 있지 않아서, 사람들은 자꾸 익숙한 소리로 이를 끌고 가려 합니다. 입을 덜 열어 bed 모음(cat이 *ket*처럼 됨)으로 만들거나, 혀를 뒤로 빼서 father 모음(cat이 *cot*처럼 됨)으로 만들어버리죠. 입안 앞쪽의 see vs sit, 뒤쪽의 moon vs book 같은 긴장-이완음 쌍도 그에 못지않게 어렵습니다. 모국어에서는 하나의 바구니에 담던 소리를 의식적으로 쪼개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쓰입니다. 표준 미국 영어처럼 R 발음이 뚜렷한(rhotic) 억양에서는 모음과 R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하나로 융합되기 때문에, 음성학자들은 그 결과를 R음화된 단일 모음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bird의 /ɝ/, mother의 /ɚ/). 반면 평범한 모음 뒤에 자음 R이 따라붙는 것으로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죠. 하지만 학습자 입장에서 이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R이 그 앞에 있는 모음의 소리를 완전히 바꿔놓으며, 미국 영어에서는 이 R이 절대로 생략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혀의 움직임에 대한 자세한 역학은 미국식 R 발음 글을 참고하세요.
알아두면 유용하지만, 억지로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 단어(anchor word)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각각의 모음을 여러분이 이미 자신 있게 발음할 수 있는 단어(see, cat, moon)에 묶어두기만 하면, 새로운 단어의 모음을 만났을 때 앵커 단어 중 하나와 짝지어 소리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IPA 기호는 주로 사전을 찾을 때 요긴합니다. /ɪ/가 쓰였는지 /i/가 쓰였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단어에 sit 모음이 필요한지 see 모음이 필요한지 즉각 알아챌 수 있으니까요.
영어의 모음 알파벳이 5개뿐인 건 그저 얄궂은 역사적 우연일 뿐입니다. 철자라는 렌즈를 통해 영어 발음을 유추하려 드는 한, 철자는 끊임없이 여러분을 속이고 함정에 빠뜨릴 겁니다. 그렇다고 20개의 낯선 기호를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각각의 모음을 여러분이 이미 편하게 낼 수 있는 단어에 단단히 닻을 내리듯 연결해 두세요. 여러분의 모국어에는 없지만 영어에서는 구분하는 두세 가지 결정적 차이를 찾아내어 그 소리가 입에 밸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세요. 그리고 나머지 모음 차트는 예상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펼쳐보는 든든한 참고서로 삼으면 충분합니다.